❧ 볼링브루크와 리처드, 빌라도와 그리스도의 유사성
“이때에 그[볼링브루크]는 빌라도를 떠올리게 하는데, 그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고통을 주고 그분을 수많은 유대인 군중 앞에 끌고 가 “자, 여기 너희의 왕이 있다.”라고 말했고 유대인들은 “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!”라고 대답했다. 그러자 빌라도는 손을 씻으며 “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.”라고 말했다. 그리고 그는 그들에게 우리 주님을 넘겨주었다. 헨리 공작이 한 일도 이와 아주 비슷해서, 그는 자신의 정당한 주군을 런던의 폭도들에게 넘겨주었다. 그들이 자신의 주군을 죽인다면 “나는 이 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.”라고 말하기 위함이었다.”
❧ 거울 장면
이중 인격의 비극은 거울 장면에서 절정에 다다른다. 거울은 요술 거울 같고, 리처드는 함정에 빠져 궁지에 몰린 동화 속 마법사처럼 자신의 요술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는 마법사 같다. 거울이 비추는 얼굴은 더 이상 리처드의 내면의 경험을 담지 못하고, 그의 외양은 더 이상 내면의 인간과 같지 않다.
“이 얼굴이 바로 그 얼굴인가,
매일 자기 집 지붕 아래
천 명의 하인을 거느리던? 이것이 바로 그 얼굴인가,
태양과도 같이 보는 이를 눈 감게 하던?
이것이 바로 그 얼굴인가, 그 숱한 어리석음을 묵인하고,
마침내 노려보는 볼링브루크한테 기가 질려 버린?”(⟪리처드 2세⟫, 4.1.281-286)
❧ 찰스 1세와 ⟪리처드 2세⟫
찰스 1세의 자서전으로 알려진 ⟪군주의 초상⟫(Eikon Basilike)의 일부 판본에는 “비참한 왕”(Majesty in Misery)이라고도 불리는 긴 애가가 실려 있는데, 찰스 1세가 썼다는 이 시에서 불운한 왕이 넌지시 언급하는 것이 왕의 두 신체임은 너무나도 명백하다.
“나의 권능으로 나의 왕위를 그들이 허물고,
왕의 이름으로 왕에게서 왕관을 빼앗네.
이렇게 금강석이 먼지에 부서지네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