❧ 왕의 다양한 “이중성들”
⟪리처드 2세⟫의 중추를 이루는 세 개의 복잡한 장면들, 즉 웨일스 해안 장면(3.2), 플린트 성 장면(3.3), 웨스트민스터 장면(4.1), 각각에서 ‘왕’, ‘광대’, ‘신’으로 나타나는 리처드 2세의 인격들은 왕위의 거룩함으로부터 왕이라는 ‘이름’으로, 또 이름으로부터 적나라한 인간의 비참함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점강법을 담고 있다.
❧ 의제(fiction)의 붕괴
“그리고 비웃지 마시게, 살과 피를
장엄한 존경으로. 집어치우라 존경이니,
전통이니, 격식이니, 그리고 딱딱한 의전 따위,
당신들은 그동안 내내 날 오해한 거거든.
나도 빵을 먹고 살지, 당신들처럼, 결핍을 느끼고,
슬픔을 맛보고, 친구가 필요하다구. 이렇게 필요의 신하이건만,
어떻게 당신들이 나더러 왕이라 할 수 있는가?” (⟪리처드 2세⟫, 3.2.171 이하)